콩은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콩을 많이 먹으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합니다.
과연 콩 섭취와 유방암 사이에는 어떤 과학적인 관계가 있을까요?
오늘은 콩 섭취와 유방암은 관계를 정확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소플라본이란 콩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으로, 분자 구조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합니다.
체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거나, 그 작용을 일부 차단하기도 합니다.
콩에 포함된 주요 이소플라본 성분은 제니스테인, 다이드제인, 글리시테인이며, 약 0.1~0.4%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소플라본은 적절히 섭취할 경우 다음과 같은 다양한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뼈 건강: 골밀도 유지에 도움이 되어 골다공증 예방에 긍정적
- 심혈관 건강: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
- 갱년기 증상 완화: 안면홍조, 발한, 불면 등 증상을 줄이는 데 기여
- 항염 및 항암 효과: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경쟁적으로 결합하여 유방암, 전립선암 등 호르몬 관련 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음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는 콩 섭취가 유방암의 발생과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권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습니다.
① 콩 섭취와 유방암 예방 효과
콩 섭취가 유방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여러 역학 연구들 중,
아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하루 이소플라본 섭취량이 10mg 이상일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최대 29%까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반면, 서구 여성들은 전체적인 콩 섭취량 자체가 적어, 이와 같은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장기 추적 관찰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콩 섭취량이 적거나 없는 군에 비해 섭취량이 많은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평균 24%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한편, 중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30만 명 이상의 여성을 평균 10년 이상 추적했으나, 이 연구 단독 결과에서는 섭취량과 유방암 발생률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와 함께 수행된 메타분석에서는, 하루 이소플라본 섭취량이 10mg 증가할 때마다 유방암 위험이 평균 3% 감소하는 추세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아시아 여성처럼 콩 섭취가 식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경우에, 유방암 예방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② 유방암 진단 전·후 콩 섭취가 예후에 미치는 영향
콩 섭취는 유방암의 예방뿐 아니라, 유방암 진단 이후의 생존율과 재발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국가에서 시행된 코호트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유방암 진단 전에 이소플라본을 꾸준히 섭취한 여성들의 전체 사망률이 16%, 유방암 관련 사망률이 11%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중국과 미국에서 시행된 3개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유방암 진단 이후 이소플라본을 적절히 섭취한 여성들의 경우,
전체 사망률이 16%, 재발률이 25% 낮아졌으며, 특히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 환자에서는 재발률이 36%까지 감소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콩 섭취가 유방암 환자의 예후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절대적인 효과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인의 건강 상태, 치료 방식에 따라 의료진의 조언과 함께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이소플라본 보충제에 대한 주의사항
자연식품 형태의 콩 섭취와 달리, 이소플라본을 고농도로 추출해 만든 보충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임상 연구에서는 폐경 전후 여성을 대상으로 고용량 이소플라본 보충제를 6개월간 투여한 결과,
유방 세포 증식 지표(Ki-67)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과도한 이소플라본이 에스트로겐 유사 작용을 통해 세포 증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현재까지 이소플라본 보충제의 장기적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며, 유방암 고위험군 또는 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보충제 형태는 피하고, 자연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④ 타목시펜 복용 환자의 경우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과 이소플라본의 상호작용에 대한 일부 연구에서는, 이소플라본이 타목시펜의 항암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타목시펜을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이소플라본 보충제의 사용이 권장되지 않으며, 콩 섭취 역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콩은 적절히 섭취할 경우 유방암 예방뿐 아니라, 유방암 진단 이후에도 생존율과 재발률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소플라본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특성상,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하루 콩 섭취량은 약 35g 내외로, 이는 삶은 콩 기준으로 밥숟가락 2~3스푼 정도, 또는 두유 1~2잔 분량에 해당합니다.
된장, 두부, 연두부, 유부 등 다양한 콩 식품을 식사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이 권장량을 지속적으로 초과하거나, 이소플라본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호르몬 수용체를 과도하게 자극해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방암 환자이거나 치료 중인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섭취 방법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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