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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핑크스토리 수상작 [아아, 나 유방암이구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9.
조회수
2,719
첨부파일



아아, 나 유방암이구나.



주희진







예전 교통사고를 겪었고 그로 인해 입원과 퇴원을 여럿 해야 했지만 이번 수술은 또 달랐어요...

 올 4월쯤 오른쪽 가슴에 뭔가가 만져지는 거에요. 유방암에 대해 크게 관심도, 아는 바도 없었지만 여성이니까 보통 샤워하며 내지는 누워 있을 때 가슴을 만져보는 정도는 했거든요. 그런데 4월 당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만져지는 게 없었는데 손톱보다 좀 더 큰 느낌으로 멍울 같은 게 잡혔어요.

 아프거나 불편한 감 또한 전혀 없어서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6월로 접어들기 며칠 전 엄마랑 장난 놀다가 제가 그랬죠. "엄마, 여기 만져봐라? 뭐가 잡힌다?" (걱정은 1도 없이 그저 장난기가 가득한 채로 말예요.)
 엄마는 깜짝 놀라시며 왼쪽도 만져보셨고 다시 제 오른쪽 가슴을 연거푸 확인하셨어요. 이날 전 엄마께 야단을 맞았어요, "언제부터 이랬어? (4월부터 그랬다고 했죠) 왜 여태 말을 안 했어?" (안 아파서! 그리고 말하면 엄마가 걱정부터 할 거 뻔한데 어떻게 말을 해? 그랬어요.)

 정말 전혀 통증이나 하물며 불편한 느낌조차 없었어요. 제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고 그래서 매일같이 많이 아픈데 가족들한테 더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도 않았고요. 병원에 가야 하는 것도 지겹기도 했고요. 동생까지 알게 되었고 얘기 듣고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바로 다음날 동생이 회사에 월차 쓰고 저 데리고 병원을 찾았어요. 가족력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주변의 지인들 중에도 유방암 환우는 없어서 어느 병원을 가야할 지 막막했어요. 처음엔 여성병원이나 산부인과를 알아봐야 하나 하다가 가슴(유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검색해봤어요.

 그렇게 부랴부랴 오게 된 병원이 <대림성모병원>이었고 수요일 오전 11시가 넘어 병원에 도착한 거라 출발 전 통화에서 들은 대로 오후 진료를 기다려야 할 줄 알았어요. 제가 그래도 운이 좋은가 봐요, 그날 원장님의 마지막 환자가 저였어요. 그렇게 유방외과 첫 진료를 보고 양쪽 유방촬영부터 시작해 유방초음파 등 몇 가지 검사를 받았어요. 조직검사까지 받고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당일 초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원장님도 과장님도 제가 걷지 못해 이동이 불편한 걸 아시고 모든 편의를 봐주신 거였어요.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도 말예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번갈아가며 받는 통에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고, 검사결과는 그주의 다음주 월요일에 엄마께서 대신 들으러 가셨어요. (2일이면 보통 조직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데 제가 검사 받은 다음날이 법정공휴일이어서 며칠 더 걸렸답니다. 원래는 환자인 제가 가야 하는 건데 말했다시피 전 걷지를 못하고 또 휠체어 없이는 아예 이동이 안 돼요. 그래서 엄마께서 먼저 결과를 듣고 무언가 더 해야 하는 거면 그때 제가 병원에 다시 가는 걸로 했죠.)

 이십 대 초반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한 후유증-극심한 통증 그리고 걷지 못하게 된 딸이 이제는 유방암에 걸렸다는... 그 말을 듣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셨을까요?

 집에 누워 있는데 엄마께 전화를 받았어요. "공주야, 몸은 괜찮아? 결과 들었는데... 유방암이래..."
 전화 너머로도 엄마께서 말을 잇지 못하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전 너무 덤덤했는데!
 "그래? 나 유방암이래?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공주가 병원에 와야 한대. 몇 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한대."
 감기입니다, 감기구나 나 감기 걸렸네 뭐 이런 느낌이었어요.

 아아 나 유방암이구나 이렇게 여기서 끝. 유방으로는 아픈 것도 없었고 걱정도 없었고 암 소리를 들었어도 두려움도 없었어요. 그냥 그렇구나, 그런가 보다 그 정도가 딱 정확했어요.

 나중에 퇴원하고 시간이 흘러 들었는데 엄마께서 처음 내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걸 알았을 때 너무나 놀라고 너무 무서웠대요. 암일까 봐, 암이면 어쩌나. 저한테 티는 낼 수 없었지만 걱정은 끊어낼 수 없으셨다고. 저랑 병원에 처음 갈 때도 속으로 너무 무섭고 떨리고, 제가 하나둘 검사를 받을 때마다 엄마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니까' 하고 버티셨대요. 제발제발 우리 딸 암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그런데... 그렇게 바라고 바랐는데도 딸이 암이라는 말에 엄마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대요. 다리는 후들후들 온몸이 떨려오는지조차 깨닫지 못하셨고 넋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고요.

 병원에 대신 가셨던 엄마께서 집에 오셨는데 남동생과 함께였어요. (나한테는 전화로 마저 못했던 말을 아들한테 전화를 해 "누나 암이래" "빨리 누나 데리고 병원가야지. 누나 빨리 입원부터 시키자."했던 거였어요.)
 그렇게 암 결과를 처음 받은 날 오후에 전 유방외과로 입원을 해야 했어요. 완전한 타의에 의해서요.
 엄마께서 말씀하셨던 "2~3일만 입원해서 검사 받으면 돼."는 20일이 되었고 그 동안 전 수술까지 받았어요. 유방절제술!
 암진단을 받고 입원을 하고 온갖 검사를 하고 그랬는데도 아무 느낌이 안 드는 거에요. 그런 와중에 검사는 다 마쳐서 퇴원을 해도 됐어요. 다시 또 입원하는 게 내 상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집도 서울이 아니었고 매번 동생이 차로 데려다주기에는 동생도 많이 바빴고 제 체력도 따라주질 않았는데 원장님께서 사정을 아시고 일주일 후 예정이었던 수술도 앞당겨주셨어요.

 그렇게 당겨진 수술 전날 딱 한 번 눈물이 났어요. 현실감각이 없었던 건지 암에 대해 무감각했는데 수술 전 성형외과 진료를 보며 내 몸이 또 달라지는구나 싶었어요. 내내 잘 버티시는 것 같았던 엄마도 성형외과 진료 때 수술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한 마디를 하셨어요. 우리 딸 착하게 살았는데 이런 병이 걸렸다고... 이 말이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렇게 유방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미처 엄마딸이 사십 살이 되기도 전에, 2019년에 말예요. 열어보니 0기에서 1기로 넘어가는 중이었대요. 석회화가 퍼져 있고 유두에 너무 가깝게 암이 자리잡고 있어서 부분절제가 아닌 전절제를 권유 받았는데 그래야 전이와 재발을 막는 데 용이하다고요. 그렇게 오른쪽 유방을 전절제를 하고 지금은 다시 예쁘게 가슴을 만드려고 통원치료 중이에요.

 내가 수술을 받고 있었던 그 순간에도 엄마는 기도만 계속 반복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십 년만에 책(원장님의 저서)도 읽으셨는데 하나뿐인 딸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 하며, 수없이 기도를 반복하며 스스로 버틸 힘이 있어야 했다고. 수술실에서 올라온 나를 보고 엄마의 마음은 찢어져나가는 듯했대요, 더 마음이 아팠던 건 수술부위 소독을 하며 처음 공주의 가슴을 보았을 때 상처부위가 너무 커서... 이렇게 큰 상처가 남는 큰 수술일 줄 몰랐는데...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고요.

 수술 후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보며 차라리 엄마가 아팠으면... 하셨는데. 제가 걷지도 못하고 수술 이후라 일어나 앉지도 못할 때 한 동안을 엄마께서 소변을 받아내셨어요. 저를 먹이고 닦이고 혼자 다 해주셨어요. 나는 엄마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것도, 소변 받게 하는 것들도 모두 미안해서 "엄마 미안해, 엄마 힘들지?" 하니까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아픈 공주가 더 힘들지,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야. 공주 아프지 마~"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제가 조금씩 일어나 앉게 되고 통증도 조금씩 줄고 수술이 잘 됐다고 해서 그나마 숨이 좀 쉬어지는 기분이셨대요.

 생각해보면 가족이 아니었다면 전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엄마께서 현명하게 해주셨던 거에요. 엄마는 저한테 "공주야 입원 2~3일이면 돼." 그러셨어요, 입원 직후까지도 전 수술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죠. 엄마께서는 차마 수술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으셨대요.

 나한테 좀더 생각할 시간들이 있었다면 과연 수술을 받으려고 했을까 생각해봤어요. 아마 전 굳이 수술까지는 받고 싶지 않다고 하며 입원도 안 했을 거에요. 십 년 넘게 가족들이 제 병치레를 해줬는데 또 그래야 한다니... 내가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수술을 받았음에 엄마는 다행이라고 하셨고 저도 공감했어요. 엄마께서는 딸인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나 봐요.

 저는 이렇게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현재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퇴원했는데 간호사인 절친이 그러더군요, 큰 수술 받느라 고생 많았다고요. 큰 수술?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전혀요. 수술도 경과 좋고 깨끗하게 잘 되었다고 하고 나름 잘 이기고 있었으니까요. 저한테 입퇴원이 처음도 아니었고 집에 오면 얼른 좋기만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몸이... 내 몸이 예전의 수술 받기 이전의 상태는 절대로 아닌 거에요. 어지러움으로 온 몸이 휘청휘청, 입맛도 뚝! 먹는 것도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 한댔는데. 저한테는 먹는 게 제일 어렵네요.

 진단 받고 검사 받는 것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수술 이후부터가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랍니다. 수술 받고 얼마나 아프냐고요? 한쪽 가슴이 없는데-없어졌는데 어떡하냐고요?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회복이 쉬웠는지, 어떤 몸상태와 마음인지 묻고 말하려면 책 한 권도 거뜬할 거에요.

 짧게 얘기해 드리자면 수술 직후부터 한 동안은 CRPS 못지 않게 통증이 심하던 걸요. 저 아픈 거, 꽤 아픈 통증도 잘 참거든요. 저한테 웬만한 건 통증도 아닌데 그런데 일어나 앉을 때 누울 때 기침만 해도 무척 아팠어요. 쓰러져서 갈비뼈에 금이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처럼 숨만 잘못 쉬어도 통증이 심했으니까요.
 그래도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수술하고 한 달 남짓 되니 살만해졌어요. 확장기를 넣어 놓아서인지 피부의 당기는 통증은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오른쪽 팔 다 쓰고요. 눕고 일어나고 해도 거의 통증이 없어요. 씻는 것도 다 하고요.
 참고로 수술 후라도 팔운동 꼭 해주셔야 해요. 천천히, 자신의 속도대로. 저는 수술 후 사나흘부터 병원침대의 난간을 이용해서 오른쪽 팔을 조금씩 위로 올리는 운동을 했어요. 원래 팔이 올라가던 각도가 아닌 거에요. 팔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수술하고 한 달 안 됐는데 혼자 머리 빗고 묶고 머리 감고 씻고가 됐어요.

 이 모든 게-첫 검진부터 수술, 퇴원까지 저는 순식간이었네요. 감사하게도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고 또 감사한 것은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물론 다른 약물치료는 수 년간을 충실히 해야 한다지만요. 생각지도 못했던 암진단과 더욱이 제 예상에는 없던 수술 그리고 내 삶에는 없을 줄 알았던 성형까지.

 ​ 원장님, 저에게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라고 하셨죠?
 저도 그러려고요. 보다 바쁘게 살아지겠네요, 더 건강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수술을 잘 해주신 거에 감사해요. 김성원 원장님부터 이숙현 과장님은 물론 정규화 과장님, 김경우 과장님까지 모든 의사 선생님들께서 한 명의 환자를 위해 고민하시고 애써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전부를 고맙게 생각해요! 정말정말 감사했어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미리 감사드릴게요. (제가 더 아프다고 더욱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신 거 알아요. 암 때문에 하게 된 입원이었지만 온몸을 검진 받고 나온 기분이에요. 덕분에 위장 내시경까지 하고 퇴원했는 걸요.)

 가족들하고도 약속했어요, 우리 이제 더 건강해지자고요!
 퇴원할 때 제가 인사드리니까 평생 봐야 한다고 하셔서 그 말에 놀랐지만 (역시 모르고 있었어요, 암은 수술도 중요하지만 이후 관리가 또 중요한 걸요) 평생 주치의가 되어주신다는 걸로 알고 제게 복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유방외과, 성형외과, 신경과, 내과, 산부인과에 그리고 상담 과장님과 7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모든 유방암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온전히 나음과 가정 내 사랑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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