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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실버스토리 수상작 [봄에 온 소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9.
조회수
2,210
첨부파일



봄에 온 소식



서교분







오지 않는 우체부를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임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봄에 소식은 생각만 해도 황홀했습니다.

유방암입니다.

봄에 첫 소식으로는 잔인한 소식입니다.

땅 위에 만물이 소생하는 3월 말 저는 유방조직 검사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누구에게 내 마음을 털어 하소연할 곳이 없구나, 한탄을 했습니다. 오남매를 길러서도 아이들이 걱정하니 어느 한 자식한테도 마음을 털어 낼 수 없었습니다. 오직 나 홀로 묵묵히 하늘을 처다 보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80 평생을 살았으니 살 만큼 살았고 하느님이 덤으로 더 살라고 진단을 받게 해 주셨습니다. 하는 감사함으로 마음을 돌리려 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사랑하는 큰아들 장남이 한국에 출장 오든 날 상황을 알리고 강남으로 결과를 보러 갔습니다.

담당 선생님의 휴진으로 날짜가 지연되었지만 결과를 큰 아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이랍니다. 평생에 나에게는 암이란 먼 당신이었지요, 나에게 들어올 수 없다고 장담한 것이 교만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몽우리가 있다가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조직검사를 할 때였습니다. 내 옆에 있는 엄마는 막내아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시중드는 그가 은근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 엄마는 나에게 위로하며 우리가 조금씩 죽어가는 거라고 그러면서 하느님 앞으로 차차 가는 것이랍니다. 누구나 태어나서 저 세상으로 가는 거다. 마음의 평정을 다시 찾았습니다.

외로움의 아픔은 4월로 물들어 벚꽃 잎이 눈물이 되어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삼십년을 넘게 홀로 5 명의 자식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어릴 때 고열로 몸이 불편한 장녀를 복된 자식으로 키우면서 생의 가치로 보람을 느끼며 살았지요.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고 남의 글을 읽으며 잘 쓰려고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때론 다른 사람들의 구박이 나의 모자람을 채우기도 했지요. 글쓰기를 시작하며 잊고 있던 작가의 꿈에 날개를 달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쉬어 가라는 뜻인지 글쓰기를 접어야 했습니다. 이 시기가 분명 저에게 무언가 큰 메세지로 기회를 남겨줄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지나가리라...

유방암을 수술하려면 패 간 뼈가 전의가 되었는지 검사를 해야 된다고 합니다. 검사 서류를 한 보따리 받았습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오니 강남에서는 바로 검사를 못하겠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 끝에 친구가 유방암 권위자로 유명한 전문의랍니다. 대림성모병원에 계속 아들은 카톡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다니는 곳이 지정 병원이니까 안 가겠다고 적극 반대하니 아들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로 아들은 연락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식의 말이 틀린 적이 거의 없어 마지못해 만나보기로 약속하고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아들의 친구인 김성원 원장은 환자가 마음이 가는 편한 쪽으로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병원을 들어가 직접 만나고 보니 마음이 안심이 되어 이 병원에서 검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다음 날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검사를 했습니다. 갑상선 검사도 평생 처음 했습니다. 그런데 유방에만 있을 줄 알았던 암이 갑상선에도 3덩어리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 등으로 들리는 순간 하늘이 무너 저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갑상선 직원들은 모두 퇴근을 못하고 나 때문에 모여 있었습니다. 갑상선 전문의 이남섭 과장은 나를 불러 앉혀 놓고 3기라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에 두 가지는 수술을 하기가 어려울 거라며...
그런데 아들친구 의사는 3가지 수술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안심이 되었지요.
말 한마디가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또 검사를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원장님이 우리를 호출했습니다. 콩팥에도 미심쩍다고 ...
망막한 심정을 가다듬기 위해 자리에 누워 평생을 걷지 못하고 사는 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가망성이 있으니 그들보다는 훨씬 고통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달아 암 소식입니다.
불행 중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합리화시키며, 무조건 견디어 내야 한다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완성하는 것, 건강은 꼭 회복될 것이다 다짐했습니다. 내 마음을 다잡는 것은 의지로 이루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방과 갑상선 두 가지 수술은 긴 수술이었지만 선생님들의 정성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술이후 몇 일지나 병원에서 잠도 잘 자고 식사도 잘했는데 삼성병원에서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콩팥시술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시술은 9월 달이나 예약이 가능했는데 빨리 하려면 빨리 내원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입원중이라 원장님께 연락을 드리니 검사한 서류를 가지고 보호자가 가도 된다고 하여 막내 아들이 삼성병원으로 시술 날짜를 잡으러 출발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직장에 근무하며 밤낮으로 나를 위해 뛰어다니고 때로는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자식이지만 무척 대견했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시술을 잘 하시는 분이 아니라 수술도 잘 하시는 교수님이시다.
막내아들이 삼성병원에 환자 대리로 26일 10시에 선생님을 또 만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과 대화는 이러했습니다.
2012년에 장 근종 수술할 때 발견했는데 조금 자란 것뿐이라고 급할 것은 없으니 정밀검사를 먼저 해야 하는데 삼성병원에서 한달 넘게 걸리니 본인이 학회에 다녀오는 10월달에 시술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좀 빨리 할 수 있도록 친구에게 물어보고 서둘러 보라매 서울대병원에서 콩팥 정밀검사를 했습니다.

병이라는 것이 내 마음데로 생기는 것이 아닌데 치료도 내 마음 같지 않았습니다.
여름방학이면 막내아들 식구들과 영국에 사는 큰 아들 집에 여행을 갈 계획이 있어 마음만 급해 서두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재발 가능성이 있어 방사선 치료를 꼭 해야 한답니다. 원장님의 간곡한 말에 순명하기로 결심을 했지요, 같이 치료받는 자식 같은 환자가 16번 방사선 치료를 다닌다고 하길래 젊어서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희망 사이에서 절망을 하면서 그렇게 오늘도 방사선 치료 33번 중 28번째 치료를 하고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나는 봄에 암 소식보다 생각지도 않았던 그 분의 봄 편지가 마음속에 먼저 당도하였습니다. 저는 차마 열어보지 못하고 한 밤이 지나갔습니다. 마음으로 하루 내내 모셔 두었지요. 아련한 달빛 아래 봄소식을 읽습니다. 긴 여운의 등 짙은 어둠에 잠깁니다. 미리 발견할 수 있어 덤으로 살려주셨군요. 함박웃음으로 마주 달려오는 봄 편지의 오지 않는 우체부를 기다립니다. 그리운 이를 기다립니다. 진정 둥그런 달빛만큼 감사도 만월이 됩니다.

감사의 손수건 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2019년 4월24일
대림성모병원760호에서 서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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