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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스토리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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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실버스토리 수상작 [엄마에게 쓰는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9.07.
조회수
2,183
첨부파일



엄마에게 쓰는 편지








엄마 안녕? 우리 이쁜 엄마 잘 지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써... 엄마랑 잠시 이별한지 벌써 15년이 지났네... 울 이쁜 엄마는 아직도 45살이겠지? 엄마가 그렇게 예뻐 하던 21살 딸은 이제 36살이 되었어 엄마 딸이 36살 이라니 세월 참 빠르지? 엄마가 잠시 하늘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있는 동안 엄마 딸은 무사히 대학교 졸업도 하고 취업도 해서 비즈니스 우먼으로 멋지게 일도 해보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해서 벌써 10년 차 주부가 되었어 엄마랑 이별 했던 그때는 세상이 멈춰버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 되더라고

오늘은 엄마... 엄마가 조금 마음 아파 할 소식을 전하려고 해. 엄마를 아프고 힘들게 했던 ... 우리가 가슴 아프게 이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암' 이란 모진 고통이 나에게도 찾아 왔다는 소식이야... 엄마의 '난소'에 머물렀던 그 암이 이제 엄마 딸 '가슴' 에 머무르고 있대 엄마한테 좋은 소식만 전하려고 했는데 씩씩하게 밝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만 전하고 싶었는데 미안해... 따뜻한 엄마 품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나봐...

사실 이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눈앞이 깜깜하고 두렵기만 했어... 난소암 3기말로 판명되고 길고 긴 항암 치료에 지치고 힘들어 하던 엄마가 떠올라서... 온 몸에 털이 다 빠지고, 위액 까지 토할 정도로 심한 구토로 앙상 해져가는 엄마 모습... 그 아프고 힘든 걸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두려웠어... 하지만 항암부작용 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암의 재발과 전이였어... 엄마의 난소에 머무르던 암이 뇌까지 전이 됐던 것처럼 말이야...

그렇게 암이란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쯤 병원에서 암유전자 검사를 권하시더라고 BRCA 암 유전을 가려내는 검사라고 하셨어
이제는 피 검사만으로 유방 및 난소의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 여부를 알아내서 그에 대한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사실 검사할 수 있다는 건 반갑지만 검사비가 비쌀 가봐 걱정을 했었어 그런데 유방암 이라고 확진 이 되었기 때문에 검사비 걱정 없이 국가 보험으로 저렴하게 해볼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엄마 병원 다닐 때 는 항상 검사비, 입원비,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엄청 났었는데 요새는 국가 보험이 잘 되어 있어서 매번 병원비 수납 할 때 15년 전 그 때 보다 훨씬 비용이 저렴해서 영수증 볼 때 마다 놀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지금 내 암은 왼쪽 유방 1시 방향에 위치하고 있대 3개 정도 되는 암 덩어리 중 제일 큰 녀석이 2.5cm 정도 되는 크기 인데 위치가 안 좋아서 4차 선 항암을 진행 한 뒤에 경과보고 수술을 하자고 하셨어 BRCA 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BRCA 1 양성 이라는 결과 가 나왔더라고 BRCA 1 유전적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40대에 들어서면 유방암 또는 난소암 이 생길 확률이 65%정도 된다고 하더라고 꽤 높은 수치라 결과 듣고 조금 놀랬어... BRCA 검사 결과가 나오고 사실 하루 정도 머리가 복잡 했어... BRCA 1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는 '양쪽 유방 전 절제 및 난소제거 등의 예방적 조치' 가 추천된다고 해서 말이야... 물론 의사선생님과 상의해서 제일 좋은 예방법을 논의 해 봐야겠지만 뭔가 내가 가진 여성성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구나 싶어서 슬프더라구...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어 '예방' 이라는 말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기 시작 했어 100% 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이나 재발을 내 스스로 선택해서 '예방' 할 수 있구나!! 예측할 수 없었던 전이로 나에게서 엄마를 빼 앗아 갔던 '암'을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예방' 할 수 있구나!! 생각하니 맘이 편해지더라고 갱년기가 조금 일찍 오고 가짜 가슴을 가지면 좀 어때?!?! 사랑하는 사람들 과 함께 보낼 '시간'과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도전 해 볼 '시간' 이 더 생기는 일이잖아 ?!?!

더군다나 요즘은 유방복원이 예전 보다 훨씬 좋아져서 전절제를 하더라도 다시금 예쁜(혹은 원래 보다 더 글래머러스한) 가슴을 가질 수 있고, 난소를 제거하더라도 그에 알맞은 약을 통해 부작용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니 마냥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어 이미 많은 유방암 전우(암과 싸워 이겨낸 전사 같은 분들이니 전우라고 칭할게) 분들이 예방적 선택을 통해 전이와 재발의 두려움으로부터 긍정적인 삶을 살고 계시더라고 이미 정해진 유방암이라는 병명은 바뀌지 않지만 암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 아프고 무섭고 두렵다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치료할 수 있고 예방해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

엄마! 엄마가 그랬지... '너는 엄마보다 더 멋지게 살라고...'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네 능력 발휘해서 여자로서 멋지게 살라고! 엄마!! 나 이제 그 약속 지키려고 해! 비록 36살이라는 나이에 암 이란 나쁜 놈이 내 몸에 잠시 머물렀지만 치료 잘 받아서 그놈들 다 이겨내고!! 그 놈들이 다시는 내 몸에 나타나지 않도록 지혜롭게 예방해서 파파할머니가 될 때 까지 건강하게 멋지게 살꺼야!! 엄마 몫 까지 '멋 지 게' 살아갈게!!! 항암과 수술이 끝나면 그 동안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 모~두 배워 볼 생각이야 결혼하고 나서 아내로 며느리로 주부로만 살았었는데 이제는 누구 아내 며느리 가 아니라 내 이름 그대로 살아가려 해!! 엄마가 나에게 말 했던 것처럼...

엄마 나 이제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게!! 나 스스로를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는걸 이제는 깨달았어 다음주면 3차 항암이 시작 되 이미 머리는 타조알처럼 매끈해 졌고, 여러 부작용으로 지치기도 하지만 씩씩하게 치료 잘 받을게 엄마 아플수록 엄마 품이 그립고, 엄마 손길이 그립고, 엄마 목소리까지 그립지만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게

난 엄마 딸이니까!! 울 이쁜이 딸이니까!! 더욱더 멋지게!! 지혜롭게!! 현명하게!! 암과 싸워 이겨낼게!!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흰머리가 멋진 할머니가 되어 만나러 갈게!! 지켜봐줘 엄마! 온 맘 다해 사랑해 ~!
2018년 6월 5일
더 멋지게 살아갈 엄마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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