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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스토리 공모전

역대 수상작

제1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브론즈스토리 수상작 [무병장수는 없습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8.03.
조회수
2,125
첨부파일



무병장수는 없습니다.



김진우







2018년 2월 1일. 심장이 떨어지다.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진다는 아내는 홀로 여성전문병원에 들러 검사 받던 날 담당의사로부터 모양이 좋지 않아 조직검사를 한다는 말에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무척이나 불안해했었지요. 괜찮다~ 지금껏 선하게 살아왔으니 우리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으나 저 역시 불안함을 떨치기가 어려웠고, 다음날 병원에 전화해서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결과가 안좋으면 보호자인 저에게 먼저 연락을 달라는 당부를 전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18년 2월 1일. 평소와 다름없이 친한 동료들과 오늘은 뭐 먹을까 하며 식당을 찾아 나서고 있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 아내가 진료받았던 여성전문병원의 이름이 뜨더군요.. 순간 '결과가 안좋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공포가 밀려왔고, 불안한 심정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은 조심스레 조직검사결과를 알려주셨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보호자가 듣고 환자가 충격 받지 않게 잘 얘기하던데, 나 역시 만에 하나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담담하게 잘 다독여줘야지 라고 생각했던 건 온데간데 없고, 전화를 끊자마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설마라는 생각을 해서 이런 결과가 온 것인가라는 자책감과 함께 아내가 우리 곁에서 떠나가면 어쩌지라는 공포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정말 펑펑 울었네요. 더구나 결혼한지 이제 5년이 된 사내커플이라 제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20분만에 아내를 대면하게 되어 둘이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지요. 착하디 착한 아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고통을 주시나 하나님도 부처님도 원망스러웠지만, 그렇게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간신히 진료 취소 건이 있는 병원을 찾아 MRI, CT 등 전반적인 검사를 받은 후 진료에서 의사선생님은 유방암 3기말 삼중양성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지요. 또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으나 오히려 아내는 저보다 더 담담했습니다. 여리게만 생각했던 아내는 저와 아이들을 위해서 힘을 낸다고 잘할 수 있다고 저를 안심시켜주었지요. 의사선생님은 선항암 6차와 함께 표적치료 후 수술을 하자고 하셨고, 지금은 시간이 흘러 4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1차 항암제를 투여 받고 10일이 지나니 거짓말처럼 머리카락이 빠졌습니다. 여자로서 민머리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도 암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싫고 심리적 박탈감이 상당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었을터. 가발을 맞추고 싶다는 말에 쉐이빙을 하고 가발전문업체에 갔을 때,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여자로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마음 아팠을까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 '괜찮아 너는 그래도 항암치료가 끝나면 다시 머리카락이 나잖어. 탈모인인 나는 빠지면 다시 나지 않어~ 그래서 새치도 뽑지 않는거 알잖아~'라는 말에 그제야 웃어 보이는 아내. 샘플로 써본 가발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 어때?'라는 말에도 진심으로 '정말 감쪽같다. 나도 더 빠지면 와야겠다야~'라고 말하니 바닥으로 떨어졌던 자신감이 아주 조금은 회복되었다고 하네요.

멈춰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은 흘러 흘러 아내가 유방암 확진을 받은 지 이제 석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네요. 아직 애들이 어려 항암 부작용이 심한 기간에는 칠십 노인인 부모님이 오셔서 애들을 봐주시고, 같이 간호도 해주시고 있지요. 죄송하다는 아내에게는 완쾌해서 더 잘해드리기로 하고 지금은 너만 생각하라고 말하지만 그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간혹 유방암카페나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으면 소녀처럼 좋아했다가 안좋은 소식이라도 들으면 자기일인냥 힘들어 할 때마다 아내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기사에서 사람이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이 36.4%라고 한다.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거지. 그만큼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거다. 병은 이미 환자가 인지하고 치료를 하면 완치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살다 보면 교통사고, 지진, 화재 등등 불의의 사고로도 또 언제 어느 순간에 의도치 않게 명을 달리 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인생인 것 같더라. 그러니 암따위에 절망하지 말자'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요. 매일 전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보면 정말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아프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지지요. 의심 또한 늘어날 것이고요.

1차 항암치료를 받고 난 뒤 진료를 보던 의사선생님께서 첫번째 항암치료 치고는 크기가 많이 줄었네요~ 라는 말씀에도 아내는 그러지요. 정말 줄은게 맞을까? 그냥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지라고. 그럼 또 그러지요. 저 분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립서비스를 할까. 그냥 하시는 말씀 그대로 듣고 치료에 전념하자고. 그리고 TV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유명한 한의사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 전하기도 합니다. 자기는 무병장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그래서 환자들에게 일병장수 하시라고 한답니다. 하나의 병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그 병을 잘 관리하고 치료하다 보면 다른 질병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투병생활을 하다 보면 항암부작용, 수술 후유증 등에 따른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외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환자에게는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요. 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과 근황 등을 물어보시는 분이 한 두 분이 아니니까 일일이 답하는 것이 사실 쉽지 많은 않지요.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대답할수록 힘이 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닐테니까요.

우리 부부는 같은 회사에서 만나서 결혼한 커플이다 보니 자연스레 직장 동료들은 저에게 아내의 근황에 대해 많이 물어봅니다. 지나다 마주치는 직원마다 집사람은 어때? 항암은 몇 차까지 했어? 수술은 언제 한대? 언제 완치된된대? 하루에도 같은 질문을 적어도 10명 이상에게 받고 같은 대답을 또 하게 됩니다. 그걸 아는 아내는 오늘도 많이 물어 보더니, 대답하는 것도 힘들었겠다 라고 위로하지만 관심의 표현인지라 감사하게 생각할 뿐 힘들다고 생각 한적 없고 괜찮다고 답하지요.

그렇습니다. 주변인들의 관심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오히려 환자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인 듯 합니다. 지금도 아내는 아직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항암부작용으로 힘들어합니다. 심한 구내염으로 음식섭취가 힘들어도 항암 주에는 체중이 줄면 안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노력하고 조금씩이나마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3주 간격으로 진행하는 항암치료가 하루도 밀린 적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내에게 드는 생각입니다. 이제 2번의 항암치료가 끝나면 수술, 방사선치료 등이 남아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항암치료가 4번 끝났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아내입니다. 어떤 의사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하지요. 암환자가 하도 걱정을 하니 치료제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마음 굳게 먹고 열심히 치료하고 운동하면 필히 완치될거니 걱정말라고.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완치라는 목표를 가지고 포기하지 말자고요. 사람이 무병장수는 불가하다 하니 일병장수를 목표로 잘 관리하자고요.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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