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게 아픈 말은 그만해주세요
김경림
몇 년 있어야 완치되냐 물어서 5년이라고 대답했더니
내 친구는 6년 뒤에 죽었다는 사람
평소 뭐를 잘 못 먹어 암에 걸렸냐 묻던 사람
너 그 가발 안 어울린다며 더 '환자' 같다고 말하던 사람
너는 가족력이구나 단정 지으며
우리 집엔 암 환자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던 사람
너는 가족력이구나 단정 지으며
우리 집엔 암 환자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던 사람
3기면 말기 아니냐 묻던 사람
너 완치되면 만나자고 말한 사람
요즘엔 유방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던 사람
검진 통과에 기뻐하니
5년 지나도 재발될 수 있다며 안심하지 말라던 사람
내 주변에 암 환자는 다 죽었다고 말하던 사람
항암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독이 든 사람들의 말이었다
위 말들은
나 말고도 많은 암 환자가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누군가 알려 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랬다면
이제 내가 알려준다
분명한 건
한쪽 가슴으로 살아도
텅 빈 머리숱으로 살아도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고살아도
아파서 힘든 일을 못 하고 살아도
평생 약을 먹으며 살아도
6개월마다 마음 졸이며 검진받으며 살아도
너는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딱 한 명이라도 있기에
살아진다 살아지고 있다
나는
가슴을 잃는 대신 감사를 얻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자만보다
오늘만 사는 마음으로 겸손해졌고
다른 사람의 작은 상처에도
같이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같이 울어줄 수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시간이 다 치료해 준다고
맛있는 밥 사줄 거라고
손잡아 주며 안아줄 수 있다
혹시나 암 환자 주변에
독이 든 사과를 줄 사람들에게
나는
이 글을 꼭 보여주고 싶다
암 환자에게 아픈 말은 그만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