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다녀가는 거야
권선희
가슴속에 꽃이 핀 거야
뜨겁게 산 생의 볼록한 언덕에
꽃이 다녀가는 거야
아픔으로 와서 절망으로 치닫지만
꽃이 다녀간 자리엔 결국 사랑이 남지
흰 눈 펑펑 치던 병실 창가에 봄이 피고
사나흘 내리는 여름 장마 너머 가을이 피고
망망한 바다 같은 시간을 건너는 동안
사랑한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일
그래, 꽃이 핀 거야
열심히 산 생의 볼록한 언덕에
꽃이 다녀가는 거야
오목한 자리에 희망을 심어야지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다독이며 사랑을 키워야지
노대바람 다녀가고 명주바람 불어오면
비로소 우린 꽃밭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