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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브론즈스토리 수상작 [남들과 다른 유방암... 하지만 웃습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9.
조회수
2,103
첨부파일



남들과 다른 유방암... 하지만 웃습니다.








오늘은 딱 수술을 하고 20일이 되었습니다. 빨리 지원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컨디션이 회복이 되어 글을 쓰게 됐네요. 제 이야기가 조금 길고 지루하더라도 들어주세요.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셨겠지만 저와 같은 경우는 없을 것 입니다.

 저는 병원 나이 만31살…희귀병으로 인한 젊은 유방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19년전 아빠가 갑자기 숨이 차다는 얘기를 하시고, 당시 사시던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에 갔으나 결핵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빠는 아프셨던적도 없으셨고 무척 건강하셨으니까요. 그렇게 아빠의 숨이 차오름은 나아지지 않았고 서울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보셨고 들은 얘기는 "폐암말기입니다. 남은 시간은 2~3개월정도네요" 암이라는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게 내 가족에게 일어나다니, 그때의 좌절감은 정말 컸습니다. 엄마의 엄청난 간호와 아빠의 의지덕분인지 2~3개월이 1년이라는 시간이 되었고, 그 시간 동안 저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포기하고 본가로 내려와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이 제게 허락되어져서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끓여 주신 라면맛은 아직도 잊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아빠는 추운 겨울에 폐렴이 걸리셨고, 따뜻한 봄이 오기 전에 하늘나라로 먼저 가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018년 그러니까 1년전… 행복해야 하는 조카의 돌잔치 때 오빠의 입안에서는 암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오빠의 병명은 골육종암 그것도 왼쪽턱관절에서 자라는 희귀한 케이스라고 오빠의 담당교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 턱뼈를 잘라 제거하고, 그 부분은 다리뼈를 잘라 붙이고 허벅지 살을 잘라 이식하는 듯 엄청난 대수술을 하였습니다. 술을 워낙 좋아하던 제게 오빠는 술을 줄이라고 말하며, 제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말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암은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오빠도 암이 발견됐기에 조금은 겁이나 건강검진을 받았고,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된 것 외엔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습니다. 그게 암선고 받기 딱 9개월전 일이네요.

 2019년1월 저는 남편과 2세계획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월말 오른쪽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조금 많이 아픈 찌릿함이였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오른쪽 가슴을 만졌을 때 500원 동전보다 더 큰 몽우리가 만져졌습니다. 무서워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인터넷에선 유방암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라는 글들이 많아서 그냥 양성종양이겠지 병원 가면 별거 아니라고 말할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병원을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초음파를 보시자마자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셨고, 의사선생님께선 모양이 너무 안좋다는 말만 반복하셨고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1주일 내내 오락가락한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이때부터 나쁜일들은 저를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암이라는 결과를 듣고 나서 병원을 옮기고 처음에는 부분절제 선수술, 후항암을 하기로 했는데 mri와ct등 검사결과를 보니 가히 충격적이였습니다. 오른쪽 가슴은 초음파상에서 보이던 3cm가 아닌 무려 9cm의 암이였고, 왼쪽유두는 파제트병이라는 유방암이였습니다. 사이즈가 너무 커 선수술은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오른쪽은 전절제, 왼쪽은 유두제거라는 제 나이로서는 너무 충격적 …아니 꼭 젊은 여성이 아니더라도 여성이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결과 였습니다. 나는 왜 또 양쪽 모두 다 암인걸까 라는 생각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는 말이 지금에서야 알거같네요. 검사결과에 따라서 치료방법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선항암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고, 감사하게도 허투양성인 저는 아주 효과가 좋다는 표적치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세탁셀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부작용을 겪었고 1차 항암후에는 많이 울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대머리가 되고 온몸이 발진이 올라오기도 하고 걷기도 힘들게 붓기도 하고 화장실을 갈 때 마다 출혈에 아프기도 했고 입안이 사포로 긁은듯한 느낌에 물도 삼키기 힘들기도 했고 몸이 붓는 부작용으로 늘어나는 체중에 스트레스도 받기도 했고…암 환자이기 전에 저는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했고 여성이기에 못생겨지는 제 외모가 너무 밉기도 했고..참 긍정적인 저였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가끔씩 미친사람처럼 통곡하면서 울기도 하고 살고싶다는 의지도 잃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마다 같이 삭발을 하고 항상 위로해 주는 최고의 지지자 남편과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 덕에 많이 힘을냈습니다. 또 항상 제 마음에 계시는 하나님 덕분에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는 암환우분들이 종교가 있으면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제 마음부터 치료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몸이 따라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 얘기가 끝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올해 초 친오빠는 또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어깨쪽에 발견된 육종암..오빠의 교수님께서 이상함을 느끼시고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고, 오빠의 결과는 생전 처음 들어보지도 못한 리프라우메니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병이였습니다. 이 증후군은 쉽게 설명하자면 남들 보다 암이 잘걸리는..쉽게 걸리는 병입니다. 예방법도 치료법도 없습니다. 이 증후군의 특징은 45세 이전에 암이 발명 그 암으로는 대표적으로 육종암, 유방암, 대장암, 뇌종양이며 다발적으로 암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저희 남매 모두 45세이전이며 둘다 2개의 암이 발견되었으며, 그리고 발병이 잘된다는 4개중 2개의 암인 육종암과 유방암…이 증후군이 또 우성이라서 아마 저도 100%일거라고 오빠가 얘기를 해주었고 저 또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차라리 제가 몸 관리를 못해서 걸린 암이였다면…아니면 모계쪽 유전으로 온 유방암이였다면…이보다는 덜 좌절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며 살아야 나머지 암도 걸리지 않을거에요. 죽기직전까지 언제 암에 걸릴까 너무 겁이나고 무서웠습니다. 인터넷에 서치를 해도 이 희귀한 난치병은 환자도 많지 않아서 자료도 별로 없고 너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찾다보니 어떤분의 이야기가 TV에 나왔었고 그 기사를 보니 그분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암을 무려4번이나 겪으셨더라구요. 저랑 같은 리프라우메니증후군이구요. 암 선고를 받았을 때보다 증후군 결과를 듣고 온 날 더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으면 제 아이도 저와 같은 증후군일테니까요. 저와 오빠는 그냥 평범하게 살았어도 암에 걸릴 사람이었던 것이였어요. 많은 행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냥 2세를 낳아서 살고 싶었던 사람인데 이제는 2세를 가져야할지 말아야할지 그걸로 많이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 왔습니다. 1년에 한번씩 전신 MRI를 찍어서 암이 생기는지 관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평생을…그리고 왼쪽은 유두만 제거해도 되는 상황이였지만 암의 원인이 유전병이였기 때문에 왼쪽 가슴 또한 전절제를 하기로 하여, 저는 양쪽 전절제 유방암 수술을 진행 하기로 하였습니다.

 좌절스럽고 절망스럽지만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바꿨습니다. 이게 제가 투병을 잘 이겨낸 방법입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기로 했고, 투병 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면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재밌게 살기로 남편과 얘기하며, 내 몸을 소중히 사랑하자 라고 마음도 먹었습니다. 반려견 덕분에 많은 힐링도 됐구요. 남들에게 싫은 소리 안하며 남 눈치도 봤었는데 이제는 제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고 느리게 살기로 마음먹으니 많이 편해지더라구요. 남편의 서포트가 아니였다면 힘들었을겁니다. 참 감사하죠.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난것에…그래서 더 힘을 내서 치료를 했고 마지막 항암 후 mri결과에서 왼쪽유두암은 거의 사라졌고 오른쪽은 암의 흔적만 남은 것 같다는 너무 감사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결과 또한 왼쪽은0.3cm 오른쪽은0.1cm 그것도 상피내암이라고 림프전이도 없구요. 완전관해 얘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암이 걸리지 않았다면 이러한 힘든 과정도 없었겠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 몸에 이제 암이 없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행복합니다. 아직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암이 컸던 사람은 전절제를 해도 방사선 치료를 대부분 하는데 저는 리프라우메니증후군으로 인하여 방사선 치료 또한 재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3달 후에 보형물 복원수술과 내년 2월까지의 표적치료가 남아서 반년은 더 달려야 하지만 가장 힘들다는 항암과 수술을 하였기에 마음은 무척이나 가볍고 후련합니다.

 다른 환우분들에게 얘기해주고싶습니다. 저는 암이 잘 걸리는 병에 걸린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장 병에 걸린건 아니니 즐겁고 건강하게 산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구요. 육체적인 치료는 병원에서 하지만 정신적인 치료는 내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그냥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 긍정적인 마인드는 못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2월달부터 지금까지 치료를 하면서 느낀바가 이렇습니다. 그러니 긍정적인 마인드를 잊지 말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지금 유방암은 치료가 됐을지 모르지만 평생 다른암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남들과 똑 같은 자극을 받으면 제 몸속에 있는 세포는 싸워 이기지를 못합니다. 아빠 엄마 오빠 그리고 저 이렇게 4인가족에서 엄마 빼고 3명이 암에 걸리는 경우도 흔치 않을거라고 이렇게 비극적이고 좌절적인 삶은 사는 저도 밝게 웃고 있다고 다 잘 될거라 말씀해드리고 싶어요.

 지루한 긴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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