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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작

2023 실버스토리 수상작 - 유방암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0.14.
조회수
546
첨부파일

대림성모병원_시공모전_outline-06.jpg




 


 


유방암입니다


구영주


 공문서를 읽는 듯한 그의 서걱거리는 목소리.


나는 지금 주민센터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러 온건 아니예요.


신분증이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빨리 수술을 하셔야 해요.


암덩어리가 왼쪽 가슴에서 숨을 쉰다. 파닥거린다.


조금 전까지도 아프지 않았던 가슴이 왠지 아파온다.


내가 암이라고요?


혹시 다른 사람의 차트가 아닐까요.


그에게 계속 허공을 떠다니는 말을 건다.


이 진료실을 나가고 싶지 않다.


이 문을 통과하면 나는 암 환자.


아직은 이곳에서 뭔가를 더 확인하려 한다.


다시 한 번 잘 봐주세요. 정확한건가요.


옆에서 가만히 어머니가 운다.


마른침을 삼킨다.


우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는다.


수술과 방사선치료 긴 투병으로


마흔 일곱의 여름과 가을이 내 곁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


절개된 살이 꼬물거리며 천천히 통증으로 아물어갈 때


까맣고 어두운 병상에서 홀로 누워 중얼거렸다.


이것만이 인생인 것 같아.


그래서 인생은 그냥 외로움 덩어리 같아.


찾아온 친구에게 말했다.


'너무 외로워서 암이 온 것 같아.'


친구는 나를 붙들고 긴 산맥처럼 울었다.


이젠 너를 위해 살아.


엄마의 이 말은 깊은 물속에 잠긴 어떤 울림.


꿈결처럼도 들렸고 날카로운 바람처럼도 들렸다.


그 바람에 내 살이 베어지는 기분이었다.


증상없이 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도려낸 가슴속에서 붉은 피가 퐁퐁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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