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김세연
늦잠 좀 자도 괜찮아요.
잠시 지친 그대를
지나칠 봄은 없으니까요.
초행길이어도 괜찮아요.
조금 느린 걸음을
못 기다릴 신호등은 없으니까요.
내려놓고 싶어도 괜찮아요.
잠깐 헤매는 손을
떠나갈 꽃은 없으니까요.
저기
어김없이 살랑살랑
그대 볼 간질이며
잘 잤냐 인사 건네는 봄이 있고
한결같이 나아가느라
수고 참 많았다며
초록빛 진심 전하는 신호등이 있고
변함없이 그 자리에
활짝 피어난 미소로
그대 반기는 꽃이 있습니다.
머지않은 어느 봄날
미소 한 다발을 든 채
처음 마주한 횡단보도에
견고한 한 걸음 내딛는
그대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