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뜬 날에 우리가
고혜영
나
하루를 견뎌 또 하루를 견뎌 달이 가
기운 달빛 아래 너를 향한 내 마음, 내 사랑도 스며들어
무게를 더 하고 더해 가
당연한 줄 알았던 잔잔한 시간, 누려왔던 푸르른 삶
그리고 너
늘 지친 나를 쉬게 해 준 너의 그림자
미안해서
그런 너에게 미안해서
너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다시 웃을 거야 일어날 거야
살아가며 이런저런 일, 네 몸도 이런저런 일을 겪는 것일 뿐
생각나?
바람에 유난히 흔들리던 그 여린 풀잎들의 강한 향기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았던...
흩어져 간 네 머리카락에도 그 풀잎들의 향이 흘렀어
겨울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봄을 밀어내지 못해
오늘도 나는 너에게로 가
우리
우리를 붙들어 두었던 외로움, 그리움의 긴 시간 안에
지나간 세월에 다 씻겨 내리지 못한 너와 나의 아픈 기억,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보여
그러면 어때?
지치면 같이 쉬고 계단을 오를 때도 같이 올라
우리가 함께 한 이 시간들
더 단단한 삶으로 우리를 나아가게 해
새로움을 안고 다시 꿈꾸게 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늘은 무지개가 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