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반가워!
박연희
불과 몇 개월 전인데
기억이 안 나는 예전 내 모습
머리카락도, 눈썹도, 속눈썹도
지워진 모습이 이젠 익숙해
보기 싫은 친구마냥
거울을 피하고 무심해질 때 쯤
까꿍! 하고 올라온 머리솜털들
흰머린가 싶어 실망하니
블랙원피스로 갈아입네
의상코드 블랙으로
차례차례 파티에 참석하는
눈썹들, 코털들
그리고 지각생 속눈썹들
막 싹을 틔운 반려식물처럼
얼마나 자랐나
매일 확인하는 재미
갓 태어난 반려동물처럼
솜털이 보송보송 부드러워
쓰다듬는 재미
거울이 돌아온 베프(베스트 프렌드)되고
이젠 단점보다 장점이 보이는 내 모습
없던 자기애가 솟아오르네
솜털 하나 하나
눈썹 하나 하나
응원하게 돼
오랜만이야,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