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보물
정수진
가슴에 응어리가 진 것만 같다
숨이 막혀오기 시작한다
내면에 딱딱한 무언가 박힌 것만 같다
여자로서의 인생
엄마로서의 인생
아내로서의 인생
각기 다른 나의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
나의 인생 동안 함께였던 것
여자로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
엄마로서 꼭 필요했던 것
그것이 무너져버린 지금
여자로서의 인생
엄마로서의 인생
아내로서의 인생
이제는 끝인 걸까
또다시 무언가 막힌 것만 같다
하지만 밝은 하늘을 보며
나의 사랑스러운 딸을 보며
나의 자랑스러운 남편을 보며
나의 존경스러운 엄마를 보며
나는 그제야 알았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여자로서의
인생이기 이전에
그저 나 자신의 인생이였다는 것을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자녀이기 전에
나는 그저 '나'라는 것을
나는 누군가의 내가 아닌
내 이름 석 자일 때 빛난다는 것을
내가 내가 될 때
더 이상 가슴 한편의 상처는
나를 아프게 하던 흉터는
가슴을 막히게 하던 딱딱한 것은
더 이상 흉터도 상처도
그 무엇도 아닌 보석이 되었다
가슴속에 있는 것은
내면에 숨어 있던 것은
날 숨 막히게 했던 것은
돌도 상처도 흉터도 아닌
부끄러워 감춰둔 것이 아닌
누군가 샘낼까 숨겨둔
나만의 보석이라는 것을
이제는 흉터 상처도 돌도 아닌
나만의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여자로서도
엄마로서도
아내로서가 아닌
그저 나로서
나처럼
나 자체로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