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이 흐르는 소리
이정현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
"이 어린 것들을 우짤꼬."
외할머니는 나와 동생을 붙잡고
며칠 밤을 울었다.
다행히 엄마가 돌아왔다.
어느 날 함께 목욕을 하는데
엄마의 왼쪽 가슴에
다리 많은 벌레가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엄마, 가슴에 붙어있는 거 뭐야?"
눈이 휘둥그레 묻는 동생에 질문에
엄마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시간이 지나 엄마는 할머니가 되었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릴 때
나는 종종 엄마 가슴의 상처를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상처를 넘어 전해진 생명의 젖이
고통을 넘어 전해진 사랑의 강이
엄마를 통해 내게로
나를 통해 아이에게로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