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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작

2023 입선 수상작 - 아마조네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0.14.
조회수
639
첨부파일






입선-아마조네스.jpg







 



 



아마조네스



심혜정



 



여자들에겐 참 따뜻한 방,



두 개 있습니다 자궁과 유방



 



복숭아가 있어요



누구는 엉덩이라 표현하지만 전 아무리 보아도



보드라운 숫처녀 젖가슴으로 보입니다



두 개를 놓고 그 위에 잘 여문



산딸기 하나씩 장식하니



탐하고 싶은 방 두 알이 되었네요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달궈진 팬에



두 알을 톡



노오란 두 개의 유방



따뜻한 빛에 이끌려 아찔하게



파고들고 싶은 방이지요



어느 날



복숭아가 물컹물컹 짓물려 내려앉았어요



한때



노오란 정말 노랬던 노른자도 퍼져 버렸어요



 



하나의 방이었던 곳에 아이를 잉태하고



또 하나의 방으로 먹여 키워내며



우리들의 할 일은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었어요



그만 덜커덕 여자의 방 하나에서



키우고 싶지 않은



씨앗 하나가 발아되어 문을 열고 나왔지 뭐예요



먹을 수 없는 씨앗 알갱이가



그녀도 그랬어요



150센티미터 키에 40킬로 몸무게



어렸을 적 잔병치레 많았다는



또 다른 그녀도 그랬어요



키도 크고 어여쁜 한 군데 모자람 없는 그녀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 게 싫어



싹 다 밀어버린 민머리 만났던 날



두상이 어여쁘다고 절로 가자고 했던 말에



웃는 얼굴이 서러워



이마가 더 빛났던 햇빛 고운 날



토하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엄청난 소식 접하던 날



한 그녀는 복어 독을 미리 구입했다고 했지요



 



지금은 둘 다 살아있어요 아니 살아내고 있어요



한 그녀는 일상생활 이 단어를



생애 최고의 단어로 여기고



또 한 그녀는 하루하루 살아있는 생에



감사하다고



늘 감사하다고



 



두 그녀는



이제 신체의 방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생사의 경계에서 만난 가치로



자신들만의 내면의 방을 만들었지요



한 그녀는 글줄기를 생줄기로 붙잡고



희망의 새를 그리고



한 그녀는 생의 끝자락에서 선



어르신들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생활지원사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마조네스가 부활했습니다



활이 포물선을 그리며 튕긴 화살은



쪽빛 허공을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