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심혜정
여자들에겐 참 따뜻한 방,
두 개 있습니다 자궁과 유방
복숭아가 있어요
누구는 엉덩이라 표현하지만 전 아무리 보아도
보드라운 숫처녀 젖가슴으로 보입니다
두 개를 놓고 그 위에 잘 여문
산딸기 하나씩 장식하니
탐하고 싶은 방 두 알이 되었네요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달궈진 팬에
두 알을 톡
노오란 두 개의 유방
따뜻한 빛에 이끌려 아찔하게
파고들고 싶은 방이지요
어느 날
복숭아가 물컹물컹 짓물려 내려앉았어요
한때
노오란 정말 노랬던 노른자도 퍼져 버렸어요
하나의 방이었던 곳에 아이를 잉태하고
또 하나의 방으로 먹여 키워내며
우리들의 할 일은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었어요
그만 덜커덕 여자의 방 하나에서
키우고 싶지 않은
씨앗 하나가 발아되어 문을 열고 나왔지 뭐예요
먹을 수 없는 씨앗 알갱이가
그녀도 그랬어요
150센티미터 키에 40킬로 몸무게
어렸을 적 잔병치레 많았다는
또 다른 그녀도 그랬어요
키도 크고 어여쁜 한 군데 모자람 없는 그녀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 게 싫어
싹 다 밀어버린 민머리 만났던 날
두상이 어여쁘다고 절로 가자고 했던 말에
웃는 얼굴이 서러워
이마가 더 빛났던 햇빛 고운 날
토하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엄청난 소식 접하던 날
한 그녀는 복어 독을 미리 구입했다고 했지요
지금은 둘 다 살아있어요 아니 살아내고 있어요
한 그녀는 일상생활 이 단어를
생애 최고의 단어로 여기고
또 한 그녀는 하루하루 살아있는 생에
감사하다고
늘 감사하다고
두 그녀는
이제 신체의 방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생사의 경계에서 만난 가치로
자신들만의 내면의 방을 만들었지요
한 그녀는 글줄기를 생줄기로 붙잡고
희망의 새를 그리고
한 그녀는 생의 끝자락에서 선
어르신들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생활지원사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마조네스가 부활했습니다
활이 포물선을 그리며 튕긴 화살은
쪽빛 허공을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