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KR
서브비주얼1
핑크스토리 공모전

역대 수상작

제4회 대림성모 핑크스토리 창작시 공모전 - 골드스토리 수상작 [가을, 병문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15.
조회수
2,638
첨부파일


가을병문안.jpg



가을, 병문안

이지헌



지그시 눈을 감고

갈색 봉지 속 항암제를 커피처럼 음미하던 그녀가

내게 건넨 말

가을도 탈모 중이야



똑똑 떨어지는 주사액을 따라

그녀의 사른 가슴 안으로 들어간다

우수수 암세포의 소멸을 바라며

주먹을 풀었다 쥐었다 하다

받아 든 커피를 흘렸다



두툼했기에 없는 줄 알았다던

빠트린 한 장의 대본

바로 위기 대목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저 관록



막 웃다가 금세 눈물 보이는 흐린 위로도 모자라

한숨 한 움큼 몰래 돌아서 쉬는데

그녀가 나무라듯 내 손을 끈다



바닥을 찍은 나무의 손바닥을 봐



낙엽은 끝이 아니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오르고 올라 박수갈채하자는 바닥에서 맞잡은 손이야



창 앞에 선 아픈 시인의 말

그 투명한 방백에

한 무리의 낙엽이 바람에 일어서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