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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스토리 공모전

역대 수상작

제4회 대림성모 핑크스토리 창작시 공모전 - 브론즈스토리 수상작 [연주하는 입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15.
조회수
2,482
첨부파일



4. 브론즈 스토리_연주하는입술_F.jpg



연주하는 입술

황영애



같은 반에서 요가를 하는 한 살 어린 그 여자는

가끔씩 나와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한다

수줍은 말투였고

팝콘 같은 웃음이었고

늘 곁에 있어 있는 줄 모르는 나무 같은, 그 여자



꼭꼭 여며도 출렁이는 파랑으로 젖어 있는,

주머니 속 그녀의 물결을 한 올 한 올 건져 올리니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하다 보니

정작 해야 할 것이 뭔지 아득했다는

몸에 암초 하나 자라서 항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지천명이 넘어서 여자의 일부를 들어내고 나서야

해야 할 것이 정리되었다고

절개지가 된 밋밋한 한쪽 가슴을 쓸어내릴 때

그녀 울음의 깊이가 잠깐 보였다



아픈 것은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꽃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모여서 눈물을 흘렸다

한곳에 앉아 울자고 했다

울다가 지치면 휘파람이라도 불자고 했다



휘파람을 불었다

천천히 불면 미, 세게 불면 솔뿐인 미와 솔만 있는 휘파람

한숨이 휘파람이 되는 경로를 이제야 알았다



울음이 심장을 거쳐 목젖에 이르러 휘파람이 된다는 것도

그게 우리가 풀지 못한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란 것도,



무늬들이 몸 안에서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녀는 바람뿐인 휘파람이 아름답다고 했다

나는 미의 음계로 그녀는 솔의 음계로 참 오래도록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