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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핑크스토리 수기 공모전 - 핑크스토리 수상작 [로또 1등 대신 암이 찾아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0.06.
조회수
798
첨부파일



로또 1등 대신 암이 찾아왔다



신서아







2020년 5월 5일, 아만자가 된 지 98일째. 드라마에서나 보던 암 선고는 약 100일동안 '나'와 주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병원나이 31세, 올해로 33세 미혼 여성에게 특히나 유방암이라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수백 번 타고 난 후에야 비로소 현재는 초연해진 상태와 괴짜의 기질로 암을 즐기는 상황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추가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삶을 귀히 여기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 #1.암 네 덕에 쫌 고맙다
 암이란 이 녀석을 너무 증오하면서도 그래 암 네 덕에..라며 다행인 부분도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내 생활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흔흔하다"라고 할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 긍정적이려고 무던히 노력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끙끙 속앓이하던 성격은 감정 표현의 자유를 얻었고, "난 괜찮지 않아!"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얻었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외에도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는데...밉지만 이런 부분들은 고맙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다.
 변화된 나의 성격 덕에 버거웠던 인간관계들도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다. 상대방의 억지스러운 부분까지 감싸안으려고 했던 미련한 과거의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비로소 앞으로는 나와 편안하게 함께 할 수있는 인연들과 지낼 수 있다.

 ​ #2. 다양한 헤어스타일 해보기
 초진 조직 검사는 0기 암이라 칭하는 상피내암이었다. 아만자가 된 후 더 뼈저리게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당.연.히. 부분절제 일줄 알았던 수술은 BRCA 1 유전자 변이 당첨으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케이스) 양측 전절제 및 동시 복원 수술로 범위가 확대되었고, 수술 후 침윤암으로 바뀐 암타입은 항암의 길로 나를 안내했다.
 첫 항암까지 약 4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수술 후 2주 뒤로 표준 항암 치료가 예정되었고, 항암 시작 후 2주 뒤면 골룸헤어스타일의 길은 피할 수 없다. 숭덩숭덩 머리가 빠지면 적잖은 충격과 공포로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아 빠지기 전에 미리 삭발을 하기로 했는데, 정확히 삭발 다음날 부터 머리의 잔디들이 뽑히기 시작했다.
 평생 나에겐 없을 것 같던 헤어스크래치을 넣은 반삭발로 일주일간 걸크러쉬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었다.


 


핑크스토리1.png





 ​ #3. 인생 화보 찍어보기
 프로필 사진찍기는 이전에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 였는데, "복근만들고 프로필찍기" 였다.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뱃살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던 기존 버킷리스트는 미뤄두고, 대신 "삭발 프로필사진찍기" 를 먼저 찍기로 하였다.
 항암 직전, 반려견 방울이의 슬개골 탈구 악화로 동시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함께 아픈 것도 기념인데 특별한 사진 한번 찍어보자"
 생각이 들자마자 끝내주는 추진력으로 삭발 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침대 옆에 놓인 삭발의 웃고있는 내 모습은 매일 밤 꼭 다시 건강을 되찾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핑크스토리2.png




 ​ ​ #4. 가발 부자
 머리카락의 중요성은 삭발 직 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얇은 모자나 짧은 가발을 써도 무조건 더웠다. 항암 부작용으로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유도 있지만, 머리 카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그렇게나 시원했던 것이라니!
 탈모가 시작되고 이틀간은 울적한 마음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으쌰으쌰 이겨내보자하고 구매한 비싼 첫 항암 가발은 어떻게 써도 "나 가발이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듯 어색했다.
 분명 가발샵에서는 예뻤던 가발이 시골 5일장에나 어울릴 것만 같은 스타일과 어색하기 짝이 없는 두상 라인을 만들어내며, 곰팡이 핀듯이 남은 머리카락들을 조롱하는 듯 했다.
 외출만 하면 자연스레 가발브랜드 쇼룸으로 향했다. 항암을 하게 되면 병원비 외에 이런 부수적인 비용들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평생 못해본 금전 FLEX 를 암 덕분에 하는 것 같다.
 이 가발 저 가발 써보고 비교해보니 꼭 비싼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제일 비싼 가발은 쓰고 나가지도 않았다. 5일장 여행갈 때 쓰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보다 인조모의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인모보다 나은 것이 더 많다. 중고로 산 모자가발과 가장 저렴한 가발이 제일 많이 쓰는 아이템이다.
 이 기회에 못해본 금발이며 은발이며 가발로 한번 해보는 거지! 라며 탈모의 서러움을 가발로 풀어냈다. 비싼 것 대신 다양한 스타일로 항암 중에 가발 재미를 맘껏 누려보려고 한다.
 슬프게도 아무것도 쓰지 않은 완전 삭발상태가 가장 편하고 시원해서 비니만 쓰는 날이 더 많긴 하지만 말이다.

 ​ #5. 당신은 어쩌면 로또에 당첨되었다.
 일부 암환자들이 투병 이후의 생활이 더 나은 것 같다 라고 말하는 것은 내 의지대로 내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 때 체력왕이었던 나는 '이쯤이야 대수롭지 않아' 했던 산책코스도 지금은 파김치가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또 새삼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그리울 뿐 아니라, 나의 소중한 머리카락은 참 중요한 아이였구나 느껴지는 여름이 오고 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만이 이 글을 접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혹은 듣는 당신은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들이마신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잠들기 전 하루를 잘 견뎌낸 나를 위해 내쉬는 쉼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것인 줄 아는가!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어제의 하루가 너무 괴로워 오늘 쉬고 싶다면 쉬어가도 된다. 단, 내일의 오늘을 위해 휴식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나는 가장 아름답고 생애 가장 젊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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