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환자
권유민
익명이 말을 건넨다
도대체 나에게 왜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누군가 알아챌까 자신의 가슴을 숨긴채
몇 번의 고통을 견뎌낸다
온동네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 붙잡아도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이내 속만 타들어가네
아프지 않기 위해 치료를 받는데
왜이리 눈치가 보이는 건지
내 이름을 부를때마다
얼굴은 홍당무처럼 변해만가네
익명이 말을 건넨다
남자로선 끝난거냐고
또 다른 익명이 말을 덧붙인다
여자로선 끝난거냐고
이해할 수 없는 위로에
나는 살기위해 병원을 다닌다
익명이 말을 한다
나는 남성유방암환자이다.